다가오는 추석연휴, 어디 가볼 곳 없을까?**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작은 온천마을 유후인!! 온천으로 유명해 일본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일 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쇼핑 거리와 산책하기 좋은 호수가 있어 기분전환을 위한 2박 3일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일본 정통 소바와 맛있는 롤케이크 같은 이색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어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 단위로 찾기 좋다.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웰빙 마을, 유후인
주말에 짬을 내 2박 3일 코스로 여행하기에 일본만큼 좋은 여행지가 없다. 흔히 도쿄나 오사카로 무박 2일 반딧불 여행을 떠나는데, 조금만 눈을 돌리면 강행군을 하지 않아도 유쾌한 여행지가 있다. 바로 규슈 오이타현의 작은 온천마을 유후인으로 푸른 산천과 먹을거리, 볼거리는 물론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휴양지다.

유후인에 가려면 일단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오이타행 비행기가 좀 더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운항 횟수가 적은데다 항공료도 후쿠오카행보다 비싼 편이라 후쿠오카를 통해 입국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까지는 약 1시간 10분가량 소요된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국내선 공항으로 가 지하철을 타고 하카다역까지 간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데만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도시와 달리 후쿠오카는 공항에서 중앙역인 하카다까지 지하철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카다역에서 다시 JR 열차를 타야 하는데, 유후인까지 약 2시간 10분가량 소요된다. 비행으로 지친 몸으로 또다시 열차를 타야 한다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막상 기차에 오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유후인으로 향하는 기차는 크게 유후인 노모리(초록색 열차)와 유후인 딜럭스(적색 열차)로 나뉘는데 일종의 관광 열차인 유후인 노모리를 권한다. 한가로이 일본의 농촌 풍경을 바라보면서 지역 명물인 앙증맞은 도시락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일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온천 여행지
유후인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마을답게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온천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일년 내내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면 일단 유후인역 근처에 있는 안내 센터에서 예산에 맞는 숙소가 있는지 알아본다. 일본의 전통 여관인 료칸에서부터 현대식 펜션에 이르기까지 숙소의 형태도 다양하다. 유명한 료칸에 숙박하려면 1박 2식(조식, 석식 포함)에 1인당 적어도 2만 엔은 잡아야 한다. 보다 저렴하게 일본식 다다미와 노천온천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현대적인 호텔 양식과 다다미를 결합한 알뜰형 호텔을 찾는다.

숙소가 정해지면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운 좋게도 유후인의 축제일. 메인 도로의 차들을 막고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퍼레이드가 한창이었다. 도로 양편에서는 지역 특유의 먹을거리들을 팔고, 노천 무대에서는 일본의 전통 연극인 교켕(狂言)이 벌어졌다. 유후인의 쇼핑 거리는 긴린호(金鱗湖)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데 유후인의 독특한 재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거리를 구경하는 것. 비슷비슷한 토산품점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하기 때문. 숍들은 토토로, 고양이, 강아지, 부엉이, 나무, 돌, 벌 등 각각 유니크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먹을거리 숍들도 테마별로 푸딩, 곤약, 잼 등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한껏 자랑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특이한 숍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일본 정통 소바와 달콤한 롤케이크가 인기
긴린호는 유후인의 북동쪽에 있는 작은 호수로 거대하진 않지만 아침에 안개가 자욱한 광경이 볼 만하다. 유후인에는 아기자기하면서도 가풍 있는 맛집들이 즐비해 걷다 보면 마치 프랑스 중부의 작은 마을을 연상시킨다. 그중에서도 유후인 사람들은 소바로는 단연 ‘이즈미(泉)’를 꼽는다. 이즈미 본점은 긴린호에서 북쪽으로 한참 올라간 곳에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아쉬운 대로 긴린호 분점에 들러 맛을 확인하다. 쯔유에 담가 먹는 두 판짜리 소바는 1인당 1천2백60엔 정도.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일단 한입 먹어보면 그 진가를 깨닫게 된다. 쯔유에 싱싱한 고추냉이와 파를 넣고 쫀쫀한 소바를 담가 한 판쯤 먹다 보면 주인이 소바를 끓인 국물을 주는데, 이것을 다시 쯔유에 섞어 먹으면 맛이 색다르다.

유후인의 또 다른 유명 먹을거리는 바로 롤케이크. 특히 긴린호로 가는 도중에 있는 B-Speak의 롤케이크가 유명하다. 그러나 오후 2~5시까지 잠깐 동안만 판매하기 때문에 제때 가지 않으면 달걀과 생크림이 듬뿍 들어간 촉촉한 롤케이크를 놓치기 쉽다. B-Speak이 아니어도 이런저런 롤케이크 전문점들이 많기 때문에 케이크 전문점에 들어가 갓 뽑은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다 보면 마치 프랑스 중부 산골의 카페에 있는 듯 착각할 정도다.

▶온천욕 즐기며 쏟아지는 별빛 샤워
유후인의 백미는 역시 온천. 유후인의 숍들은 대개 오후 5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어둠에 잠긴다.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 시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차츰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쇼핑과 산책으로 고단해진 다리를 이끌고 숙소에 돌아오면 5시부터 노천온천과 석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목욕문화는 혼욕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과 달리 가족탕이 발달해 엄마와 아빠가 각각 아들딸의 손을 잡고 헤어지는 광경을 볼 수 없다. 공중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여행객들은 대개 여관에 붙어 있는 온천을 이용한다. 여관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따로 입욕료를 내고 온천만 할 수도 있다. 가족탕을 이용할 때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한 가족에게 주어지는 입욕 시간은 보통 50분으로 제한되어 있다. 시설은 소박하지만 일단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산 아래로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면 그야말로 일상의 찌든 피로가 다 흘러내려가는 느낌이다.

이제 온천욕으로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여관에서 마련한 저녁식사를 하러 가면 되는데, 유명 료칸에서는 손님이 온천에서 나오는 시간을 감안해 저녁과 이부자리를 미리 마련해주기도 하고, 부탁하면 주변의 유명 식당에 예약을 해주기도 한다. 음식 준비를 위해 1시간 전 예약은 필수다. 유카타에 게다 차림으로 청정 쇠고기전골을 안주삼아 사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호젓한 산골마을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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