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영종대교를 지나면 공항 신도시가 오른쪽으로 펼쳐지고 ‘용유·무의’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6㎞ 정도를 달리면 잠진도 선착장이 나온다. 자동차와 사람을 한입에 삼킬 듯 육중한 외모의 카페리호를 타고 5분.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할 무렵 넘실대는 파도 너머 신비에 싸인 섬이 불쑥 솟아오른다. 천혜의 절경과 역사의 흔적이 배어 있는 섬, 무의도다. 안개 낀 자태가 소매자락을 나풀대는 무희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무의도.

바다와 바람, 사람이 한데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코끝을 자극하는 비릿한 갯내음을 맡으며 첫 발을 내디뎠다.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휘날리는 해풍. 평온한 서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무의도는 얼마 전 종영된 STV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장으로, 근처 실미도는 영화 ‘실미도’의 배경으로 등장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곳. 주말이면 800명 이상이 다녀가며 평일에도 200명가량의 관광객이 찾는다. 요즘에는 당일 코스보다는 1박2일 코스가 인기 높다. 주말에는 주변 펜션과 민박이 예약손님으로 북적대 빈 방을 찾기 힘들다.

◇실미해수욕장

선착장에서 내려 실미도로 향하는 좁다란 길을 따라 5분쯤 가면 소나무숲이 우거진 초승달 모양의 실미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은빛의 널찍한 모래밭이 눈부시다. 영화 촬영 당시 세운 세트장은 철거됐지만 곳곳의 안내판은 그대로 있어 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100년 동안 자란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풍광이 아름답고, 지하 암반층에서 나온다는 물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갯벌 체험도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오후 2~5시 바닷물이 빠질 때 해수욕장 끄트머리 근처 개펄에서 조개를 캘 수 있다. 바지락이나 소라, 굴도 채취할 수 있다. 요즘에는 낙지 골뱅이 칠게 등 해산물도 심심찮게 나온다. 바닷길이 열리면 맨발로 걸어다니며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진흙마사지도 체험할 수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청소비조로 1000원을 내야 한다.

◇하나개해수욕장

무의도에 위치한 하나개해수욕장은 은빛 모래로 유명하다. 호젓한 분위기에 깔끔한 풍광이 일품이다. 섬 가운데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의 하나개. 해당화를 배경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가 부드러워 맨발로 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동죽이라는 조개가 발끝을 간질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천국의 계단’의 촬영장으로 이용된 세트장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젊은 연인들뿐 아니라 나이 지긋한 관광객들도 세트장 일대 모습을 디카에 담기에 바쁘다. 바닷가 안쪽으로 21개의 방갈로(4인용 3만원)와 50곳의 민박(4만~20만원)이 있어 잠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검푸른 바닷물에 떨어지는 붉디붉은 낙조는 황홀하다 못해 하룻밤 묵어가기를 유혹한다. 부웅~. 뱃고동 소리에 맞춰 갈매기떼 우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주변 횟집에서 펄떡이는 활어회를 곁들여 소주 한잔 기울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주변 낚시터에서는 우럭과 숭어를 잡을 수 있다.

◇ 배도 타고 산도 오르고.

무의도는 트레킹 코스로도 적당한 곳이다. 1~4번 등산로까지 아기자기한 등산코스가 꾸며져 있다. 국사봉(해발 230m)과 호룡곡산(해발 244m) 등 봉우리가 두 개. 등산로는 해수욕장으로 이어져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생태관찰로 산림체험로 전망대 등 삼림욕장도 갖춰져 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 높은 호룡곡산 정상까지는 2시간 남짓이면 다다를 수 있다.

하나개해수욕장 입구를 나와 2번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호랑바위에 이른다. 바위 모습이 호랑이를 쏙 빼닮아 호랑바위라 불린다. 괴암절벽 위로 등산로가 나 있는데, 고래바위 부처바위 등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오르면 약수터가 보인다. 한모금의 물로 목을 축인 뒤 산행을 계속하면 호룡곡산 정상에 닿는다. 인천시가지가 한눈에 보이고 해무가 없으면 태안반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장끼와 까투리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꿩서식지이기도 하다.

[여행팁]

●차편=①전철을 타고 동인천역에서 하차. 맞은편 중앙로 오른쪽 버스정류장에서 12·24·28번 버스를 이용해 연안 여객터미널에서 내려 무의도로 간다. ②서울(광화문)에서 인천공항행 306번 좌석버스를 타고 거진포(덕교동) 정류장에서 하차. 거진포 정류장에서 연륙교를 이용해 잠진도 선착장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간 뒤 배를 타고 무의도로 건너간다. ③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인천신공항 고속도로를 이용. 영종도(4차로)를 지나 거진포(2차로)~잠진도 선착장에 내려 무의도로 들어간다.(통행요금 왕복 1만2200원)

●배편=무의도 해운(032-751-3354)이 잠진도 선착장과 큰무리 선착장 사이를 오전 7시~오후 8시 30분 간격으로 운항(주말은 10분 간격). 소요시간은 5분이며 요금은 어른 2000원, 승용차는 대당 2만원(왕복).

●무의도 내 교통편=큰무리 선착장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실미해수욕장~하나개해수욕장~샘꾸미선착장을 경유.

●잠자리=무의도 안에 있는 펜션인 무의도 아일랜드캐슬(032-752-5114)과 아령펜션(032-542-2929)을 비롯해 해수욕장 근처 민박이 있다. 하나개해수욕장 번영회(032-751-8866), 큰무리해수욕장 번영회(032-752-3636).

●먹을거리=도랫마을(꽃게탕·낙지볶음·칼국수, 032-752-5211), 무의도회식당(광어·우럭·매운탕, 032-752-2410), 바다나라횟집(자연산활어, 032-752-5561), 배꼽시계 충전소(조개구이, 032-751-3705).